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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감 넘치는 남자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재수없는 새끼. 다음 생엔 좆돼봐라.’ 퀀텀 다이브에선 다음 생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가칭 뉴-커먼웰스 행성에선 수많은 재앙이 일어났고 그 중 하나가 콜튼 데이빗을 직격했다. 멀쩡했던 몸이 아이가 됐다가 노인이 됐다가 여자가 됐다가… 어느 쪽인지 모를 터너가 말한다. 와, 콜튼, 너 이제 보니 네가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들이 되어가고 있구나. 

  다섯 살의 콜튼 데이빗이 어른의 팔에 번쩍 들린다. 그가 작은 손가락을 접어 엿을 날리든, f 발음에 힘을 실어 욕하든 사람들은 웃는다. 누구나 알다시피 아이와 개는 마음껏 만져도 괜찮은 존재다. 뒷통수를 문지르고 목덜미를 잡고 번쩍 안아올리고 그를 만지는 손. 손, 손, 손, 손, 손들…. 유리가 번쩍인다. 몸이 바뀐다. 거기엔 노인이 있다. 여든살의 콜튼은 도움 없이는 혼자서 제대로 걷지도 못 한다. 이제 사람들의 눈은 당혹감, 동정으로 변한다. 잘 가눌 수 없이 노쇠한 몸은 숙연함을 불러일으킨다. 켈시 듀이가 익숙하게 몸을 숙이고 콜튼을 업는다. 토요 마사미츠는 옆에서 노쇠한 몸이 굴러떨어지지 않게 등을 받쳐준다. 돌봄의 수레에 얹혀야만 이동할 수 있는 몸. 콜튼은 수치심에 눈 앞의 등에 무거운 이마를 박는다. 다시 한 번 유리가 번쩍인다. 여자가 된 콜튼은 어떤가? ‘그녀’의 몸매는 나쁘지 않은 볼 거리다. 살짝 두터운 눈썹은 어쩌면 그녀의 컴플렉스일지도 모른다. 남자들의 시선에 노출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여자의 그 수치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았는가? (우리 모두 “콜튼 데이빗”을 잊지 말자, 안 그러면 이 얘기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개인실로 뛰어들어온 콜튼이 거친 숨을 뱉는다. 매고 있던 가방을 내팽개친 그는 앉지도 눕지도,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선 채로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개인실 벽이 주인의 동요에 반응해 붉게 일렁인다. 당황. 공포. 굴욕감. 수치심. 무엇보다도 분노. 퀀텀 다이브를 향한 분노 말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웃음거리가 된 콜튼을 향해 회사는 말한다. ‘그래서 뭐? 보고서나 제출해.’ 갈라진 소리로 욕을 뱉은 콜튼이 의자를 발로 찬다. 죄없는 홀로그램 탁상시계를 집어 벽을 향해 집어던진다. 박살나 떨어진 시계 부품을 다시 밟아 꺠트리고, 손에 잡히는 물건을 아무거나 던지고, 차고, 완전히 망가뜨린다. 그러나 책상 위에 쌓인 책을 쓸어버리려던 그의 손이 옆에 놓인 머그컵을 스치는 순간 콜튼은 멈춰버린다. 몸이 말한다. ‘정신 차려. 머그컵은 안 되지.’ 분노의 대상을 고르고 있다는 사실은 즉각 수치심을 불러 일으킨다. 다행히 인간의 뇌는 이런 불편한 상황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처리할 줄 안다. 문득 콜튼은 모든 게 바보 같다고 느낀다. 방은 엉망이다. 뱉은 침을 스스로 닦아야 한다는 깨달음만큼 제정신을 되찾는 데 효과적인 건 없다. 내일 퀀텀 다이브를 고소하든 필립 베이츠와 마레 루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든, 오늘은 샤워를 하고 몸을 눕혀야 한다. 콜튼이 아직 다 진정되지 않은 숨을 고른다. 텁텁하게 몸에 달라붙은 모래를 흘려보내고 싶었다. 그는 벽을 더듬어 화장실 불을 켠다. 이변은 거기서 처음으로 목격된다. 거울과 눈이 마주친 콜튼의 표정에 경악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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