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경계지대를 '뉴 커먼웰스 엔클레이브'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당신은 정말로 그들을 자신의 이웃으로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8・17 폭동〉에 관한 칼럼 중 발췌
”콜티콜티, 그렇게 싫어? 그냥 친하게 지내는 게?“
체이스는 웃고 있었다.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느긋한 움직임으로 벤치에 등을 기대는 그는 그대로 하품이라도 할 것 같다. ’XX, 이 XX는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만약 지금 손에 권총이 있었다면 콜튼은 주저없이 체이스 라우터를 쐈을 것이다. 프라이드를 지키는 동시에 혐오하는 상대를 치워버릴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주머니엔 일 크레딧짜리 동전이 몇 개 절그럭거릴 뿐이고, 한 걸음이라도 더 뒷걸음질치는 건 패배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갈 곳이 없다. 콜튼이 말을 더듬는다.
”당신 같은 자식들은….“ ”응.“ ”이런 데 올 자격이 없어요.“ ”에구… 그런가? 하지만 이미 와있는 것 같은데.“ ”XX, 그게 잘못됐다는 거라고요! 이해가 안돼요!?” “우~웅. 어디가 잘못인지 체이스 씨는 잘 모르겠네… 콜리가 설명 좀 해줄래?” 상대가 희미한 즐거움을 숨기지 않고 받아칠수록 콜튼의 말은 점점 더 유치하게 들린다. 멀미가 난다. 고장난 포탈을 타고 잘못된 땅에 떨어진 것처럼. 이런 상황은 애초에 있어선 안 됐다. 콜튼 데이빗과 체이스 라우터가 한 자리에서 대화하는 것 같은 일 말이다. 콜튼은 항의한다. ”이상하잖아요! 꼭 당신을….” 순간 오싹한 의심이 등골을 타고 올라온다. 그는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꼭 당신을 나랑 똑같이 취급하는 것처럼.
경계지대에선 주워모은 고물로 레이싱을 한다. 사람이 갈려죽어도 환호하며 더 높은 금액을 배팅한다. 부모를 칼로 찌르고 자식을 버려 입을 줄이고 이웃의 물건을 강탈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남으면서도 수치를 모른다. 파편화된 미국이라 조롱당할지언정 뉴 커먼웰스 엔클레이브는 국가로 기능하고 있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들을 '깨끗한' 사람들과 섞어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원은 유한하고, 보다 가치있는 목숨을 살리는 파이 게임을 하면서 국가는 살아남는다. 문명을 잊고 야만으로 돌아간 경계인들의 자리는 이 땅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퀀텀 다이브는 대체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경계구역 출신인 로이 커티스와 같은 훈련조에 배정됐을 때. 방사선에 오염된 팔다리를 잘랐다는 메이 딜런이 옆자리에 앉았을 때. 그리고 체이스 라우터와 콜튼 데이빗을 갈라놓는 손이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는 지금 이 순간. 뉴 커먼웰스 엔클레이브의 보호구역, 콜튼의 출신지를 들은 상사가 덤덤하게 말한다. '그렇다면 빡세겠군.' 머리에 피가 몰린다. 그 모든 일들이 콜튼의 목을 조른다. 총만 있다면 누구 한 명이라도 쏴죽이고 싶다. 손목의 ID칩이 심장처럼 쿵쿵거리며 맥동한다. 멀쩡한 얼굴로 뒤섞여 웃고 떠드는 사람들. '아무도 그를 한심하게 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가 스스로의 공포를 조금만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왜 지켜주지 않는 거예요? 난 저 사람들이 무섭다고요!
“음, 당신을?” 그 다음에 올 말을 체이스가 되물었다. 콜튼은 입을 다물어버린다. 체이스의 등 뒤로는 중앙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느긋하게 흐른다. 흔들리는 나뭇잎 그림자를 받으며 웃고 있을 때면 경계인도 평범한 사람처럼, 심지어는 핵교환 전에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온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차라리 이렇게 해요. 솔직해지죠, 우리.” 콜튼은 방향을 바꾸기로 한다. 입꼬리를 올려 조롱하듯 웃고, 체이스의 동조를 바란다. "당신도 내가 싫잖아요? 짜증나고, 귀찮고. 친하게 지내고 싶다느니, 그런 생각 '진짜로' 해본 적 한 번도 없죠?" 그는 분명히 체이스보다 위에 있지만, 그렇게 말할 때는 오히려 상대를 끌어내리는 듯한 감각이다. 모두 똑같다. 더러운 건 멀리 치우고 싶고, 남보다 더 좋은 걸 갖고 싶고, 자길 엿먹이는 사람은 죽여버리고 싶다. 그건 콜튼이 상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식적인 사람’이다. 그러니 당신도 평범하다는 걸 증명해라. 입발린 말은 치우고 솔직해져라. 우리는 서로를 혐오하고, 둘 중 한쪽이 죽어야만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발뻗고 쉴 수 있을 것이며, 그것만이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