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을 제외하고.
그 남자는 66번 국도를 달리는 포드 F-150의 조수석에 앉아 라디오 주파수를 조절하고 있다. 운전석에 앉은 켈시 듀이는 마침 오클라호마 남자아이처럼 깃이 구겨진 셔츠를 입고 유행이 한참 지난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쭉 뻗은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켈시가 묻는다. “그래서, 네 혓바닥에 미끈하게 ‘켈시’를 붙여준 놈은 어디 사는 어느 켈시인데? 어?”
“아- 그 녀석이랑은 끈적한 사이라 말하기가 좀. 당신, 천웨이한테 차인지 아직 얼마 안 됐잖아요? 아니지… 옐레나였나? 토요? 하하하….“
"……뭐?!?!?"
덜컹! 운전자가 한눈을 파는 순간 차가 크게 한 번 흔들린다. 매끄럽게 달리던 길에서 삐끗해 왼쪽으로 빠져버린 차가 겨우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와, 씨. 죽이려고 작정한 거예요?” “하? 네가 날 놀래 죽이려는 거 아니고?” 켈시는 영 신경 쓰이는 눈치로 콜튼을 힐끔거리다가, 몸을 슬쩍 기울인다. “…그래도 남자랑 끈적한 켈시 듀이도 꽤 괜찮게 했지?” 콜튼이 웃어버린다. '짜-식.'이라는 표정으로. 페넘브라에서는 식사도 잠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순간엔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맥주가 간절해진다. 2인용 소파에 그 녀석과 몸을 구겨넣고, 시끄러운 TV 소리를 들으면서 한 모금. 한참 주파수를 가지고 논 끝에 라디오에서 락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콜튼은 그제야 시트에 몸을 기댄다. 그들은 도로 위를 달리며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눈다. ‘켈시 듀이’의 잠자리 실력, 그들이 보낸 나날이 어땠는지, 지금 운전석에 앉은 켈시 듀이가 왜 결혼을 하기 싫은지, 뭐 그런 잡담들이다. 단조로운 차창 너머를 바라보던 콜튼이 아예 조수석 시트를 뒤로 기울인다. 한 잠 자려는 듯 눈을 감아버린 콜튼을 백미러로 흘긴 켈시가 중얼거린다. "옛날엔 사랑이나 사람 때문에 포기하는 거 이해를 못했는데, 지금은 좀 알 것 같거든." 그 목소리는 거의 햇볕이나 바람처럼 콜튼의 몸을 통과하고 지나간다. 사랑스럽게 흘러 지나가는, 이 순간을 구성하고 나면 기억에서 조용히 사라져버릴 하나의 소리. 거기에 항의하듯 켈시가 운전대를 꽉 붙잡는다.
